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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에, 나는 황릉을 나섰다
딸 현주의 시신이 황릉으로 반입될 때, 현주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시신을 모신 포졸들이 수군거렸다. "선 황후의 외동딸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오. 개만도 못한 죽음을 맞았는데." "태자 전하께서도 참 너무하시지. 현주 공주야말로 친누이인데, 아이를 낳다 죽어 가는데도 의관 하나 보내지 않으셨다니." "부마가 명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마당에, 이젠 그분이야말로 태자 전하께서 마음에 담아 두고 애지중지하시는 누이가 되었으니." 그제야 나는 내가 죽은 척 황릉을 지키는 동안, 내 아들은 어디선가 의붓누이를 데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의붓누이를 기쁘게 해 주려고, 태자는 그녀가 현주의 공주 대우를 빼앗도록 내버려두었을 뿐만 아니라, 부마가 임신한 현주를 기방에 데려가 길들이도록 방임했다. 부어오른 새하얀 현주의 시신을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내가 황릉에서 대주(大周)의 국운을 지탱하는 동안, 그들은 내 소중한 딸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었다. 그렇다면, 대주의 용맥(龍脈))은 끊어져도 좋다.
챕터 (1)
第1章
딸 현주의 시신이 황릉으로 반입될 때, 현주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시신을 모신 포졸들이 수군거렸다.
"선 황후의 외동딸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오. 개만도 못한 죽음을 맞았는데."
"태자 전하께서도 참 너무하시지. 현주 공주야말로 친누이인데, 아이를 낳다 죽어 가는데도 의관 하나 보내지 않으셨다니."
"부마가 명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 마당에, 이젠 그분이야말로 태자 전하께서 마음에 담아 두고 애지중지하시는 누이가 되었으니."
그제야 나는 내가 죽은 척 황릉을 지키는 동안, 내 아들은 어디선가 의붓누이를 데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의붓누이를 기쁘게 해 주려고, 태자는 그녀가 현주의 공주 대우를 빼앗도록 내버려두었을 뿐만 아니라, 부마가 임신한 현주를 기방에 데려가 길들이도록 방임했다.
부어오른 새하얀 현주의 시신을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내가 황릉에서 대주(大周)의 국운을 지탱하는 동안, 그들은 내 소중한 딸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었다.
그렇다면, 대주의 용맥(龍脈))은 끊어져도 좋다.
제1화
국사가 급히 도착했을 때, 나는 현주의 시신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주를 본 것은 그녀가 열 살 때였다.
앳된 볼살이 남아 있었고, 휘청휘청 내 관을 쫓아가며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현주는 울면서 내가 만들어 준 보석 영락을 내밀었다.
"영락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어마마마가 필요해요!"
"앞으로 장신구 같은 건 안 할게요! 어마마마, 저 버리지 마세요!"
"황릉은 캄캄해서 들어가면 어마마마를 찾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목이 터져라 울었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십 년만 참으면 모녀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건, 볼이 꺼지고 뼈만 앙상한 소녀였다.
"우습지 않습니까? 서왕모 일족의 후예이자 대주의 적출 공주가, 해산 중에 산파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다니."
"국사님, 이것이 내가 대주의 국운을 지킨 대가로 받은 자식의 복이란 말입니까?"
나는 현주의 차갑고 굳은 손을 잡으며 조용히 물었다.
소문에 따르면 현주는 몸이 너무 허약해 이틀 밤낮을 앓다가 겨우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는 울음소리 한 번 만에 곧 숨을 거두었고, 현주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기력이 다했다고 했다.
궁중에는 귀한 약재는 얼마든지 있었고, 조금만 썼어도 현주는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포졸들은 모든 귀한 약재는 황제께서 명월 의녀에게 하사하셨다고 했다.
의관들마저 태자께서 고명월의 두통을 치료하라며 불러가셨다고 했다.
현주의 비녀가 궁문 앞에 무릎 꿇고 이마가 터지도록 빌었지만, 건진 것은 부서진 인삼 수염 몇 가닥뿐이었다고 했다.
"그들은 현주한테 애 낳는다고 죽는 건 아니라며 고명월의 두통보다 더 중요하겠냐고 했답니다."
"국사님, 이것이 국사님이 말한 '현주는 잘 지낸다'는 것입니까?"
국사는 난처한 듯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할 뿐이었다.
그래, 국사가 내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내가 이곳 황릉에 영원히 남아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나는 서왕모의 후예로, 타고난 복이 깊다.
나와 혼인했기에 황제는 왕좌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시들어 가는 대주의 용맥도, 내가 황릉을 지키며 기운을 빌려주었기에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마마! 어디로 가시렵니까!"
국사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놀라 외쳤다.
"보름만 더 지키시면, 새 용맥이 뿔을 돋을 것입니다."
"그러면 폐하, 태자 전하와 다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지금 황릉을 나서시면, 용맥은 뿔을 돋지 못하고 뱀으로 퇴화할 것입니다. 대주는 사방으로 분열하고, 폐하께서도 목숨을 잃으실 수 있습니다!"
내가 말이 없자 국사는 급히 일어나 내 소매를 붙잡았다.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
"공주님 일로 마음이 상하신 줄 압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죽은 이를 위해 산 이들의 목숨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보름만 더 기다리시면, 용맥이 뿔을 돋을 것입니다. 그때 가셔서, 궁성을 휩쓸어도 좋습니다."
참으로 대국적인 말이었다.
그때도 그는 나한테 십 년만 황릉을 지키면 자식들에게 백 년의 평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것은, 내 아들이 남을 위해 내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미소를 띠며 국사의 손에서 소매를 빼냈다. 몸을 굽혀 부장품 중에서 아무 단검이나 집어 들었다.
그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딸이 죽었는데, 이 황릉을 지켜서 무엇하겠습니까."
"그 애를 위해 갚아주러 나가겠습니다."
"대주가 이로 인해 망한다면, 망하게 두겠습니다. 그것도 그대들의 운명일 테니."
제2화
나는 검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밖으로 걸어 나갔다.
끝없이 펼쳐진 황릉이 내 뒤에서 조각조각 무너져 내렸다.
'요녀'라며 욕설을 퍼붓는 국사마저 함께 묻혔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고통스러운 용의 울음을 밟으며 곧장 황궁으로 향했다.
그러나 궁문 앞에서 순라를 도는 금군장에게 길을 가로막혔다.
그가 위엄을 뽐내며 말했다.
"폐하께서 조서 없이는 입궁할 수 없다고 분부하셨습니다. "
그의 눈빛과 표정에 서린 비웃음이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그가 나를 현주로 착각했다는 것을.
우리 모녀는 정말 빼닮았다. 마치 한 틀에서 찍어 낸 듯했다.
그래서 현주는 자신은 외롭지 않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내가 그리울 땐 거울을 안고 자면 마치 내 품에 안긴 것 같다고.
나는 겨우 눈시울의 쓰라림을 참으며 내 목에 검을 겨눈 금군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검을 겨누고도, 폐하께 고할 것이 두렵지 않는냐?"
이에 금군장이 크게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뒤에 선 수많은 금군도 허리를 굽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웃으며 수군거렸다.
"자신이 아직도 선 황후가 계실 적 그 공주님인 줄 아나?"
"고자질하겠다고? 폐하와 태자 중 누가 자신을 상대라도 해줄까?"
"맞소! 지난번엔 부마가 공주님의 시녀를 죽이고 공주님의 뺨을 날렸지. 공주님이 울면서 궁으로 달려갔지만, 궁문조차 열어 주지 않더라고."
"기억나네. 그날은 내가 순라를 돌던 날이었는데, 듣자 하니 돌아가서 바로 유산했다오. 태자의 친누이라 어쩌나 싶어 한동안 가슴 졸였지만, 태자께서 오히려 내게 '제 역할을 잘했다'며 한 달 봉록을 내리셨지. 하하하."
그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 속에서 나는 현주가 살아온 날들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만 배는 더 비참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죽은 척한 이듬해, 황제는 고명월을 궁중으로 들였다.
그녀는 궁중에 온 첫날, 내가 현주에게 남겨준 채색 영락을 떨어뜨려 부쉈다.
황제가 크게 노했다.
"명월이 막 궁 밖에서 들어왔고, 어미도 잃었는데, 네가 웬 자랑질이냐?"
그리하여 현주의 장신구와 궁전은 모두 고명월의 것이 되었다.
고명월이 온 지 삼 년째 되던 해, 그녀는 현주를 연못에 빠뜨렸다.
태자가 현주를 건져 올린 후, 주저하지 않고 바로 현주한테 뺨을 갈겼다.
"그런 수작으로 명월한테 누명을 씌우려 하다니! 어찌 내게 이런 누이가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고명월이 온 지 오 년째 되던 해에는, 현주의 약혼자 허광마저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만약 내가 살아 있을 때 정해 둔 혼약이 없었다면, 현주는 부마마저 내주게 되었을 것이다.
그때 금군장이 몸을 숙여 내 뺨을 툭 치며 비웃었다.
"내가 널 공주님이라 불러 준다고, 네가 정말로 금지옥엽인 줄 아느냐?"
"이제는 명월 아가씨야말로 황제와 태자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보배다. 네가 눈치가 있다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검은 이미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는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놀라 뒤로 물러섰다.
"네가 감히 금군장을 죽이다니! 그는 명월 아가씨의 사촌 오라버니다!"
"어서 폐하께 아뢰어라!"
나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금군들을 개의치 않고, 몸을 굽혀 금군장의 목을 잘라 냈다.
그리고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 이른바 명월 아가씨처럼 과연 눈에 거슬리는 얼굴이었다.
모두 죽어 마땅했다.
이어 나는 그의 머리를 들고 금난전(金銮殿)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는 성대한 예식이 한창이었다.
황제가 고명월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명월은 온화하고 순종적이어서, 내 마음에 깊이 들었노라. 이제 고명월을 선 황후의 딸로 올리도록..."
데굴데굴 굴러들어 온 머리가 황제의 말을 끊었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한 와중에,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딸로 올린다고 하셨습니까? 제 허락받으셨습니까?"
제3화
"현주 공주님이시다! 웬일로 오셨지? 폐하의 노여움을 사서 다시 금족령을 받을까 두렵지 않나?"
"선 황후와 모녀의 정이 깊으셨으니,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눈치가 있다면 궁에서 조용히 지내야지. 그래야 폐하와 태자에게도 체면이 남을 텐데, 그렇지 않으면..."
문무백관이 수군거리며 나를 동정과 비웃음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황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허광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현주, 궁에서 애나 보고 있을 것이지, 무슨 소란입니까?"
그는 땅에 떨어진 머리를 흘낏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가짜 머리까지 들고 와서 명월을 겁주려 들다니, 참 못됐네요!"
"당장 명월에게 사과하지 못하겠습니까?"
나는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현주의 부마였다.
그는 자기 아버지와 무척 닮았다.
옛날 그의 아버지는 첩을 총애하여 정실을 업신여기고, 서자를 적자로 삼았다.
허광은 그때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었다.
그가 아버지에게 맞아 다리가 부러졌을 때, 현주가 의관을 불러주지 않았다면 지금 절름발이가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소년 허광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맹세하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마마, 마음을 놓으소서. 제가 공주님을 저버린다면, 천벌을 받아 죽어 마땅하며, 저희 어머니께서도 땅에서 편히 쉬지 못하실 것입니다!"
나는 믿었다.
그래서 나는 그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었고, 그에게 세자의 자리를 주었다.
그런데 불과 십 년 만에, 나한테 현주를 지켜주겠다던 그 사람은 나와 그를 위해 아이를 낳은 현주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으로 우스웠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명월의 눈물이 먼저 흘렀다.
그녀는 목이 메며 말했다.
"그만두시죠. 저는 미천한 몸일 뿐인데, 폐하께서 궁중에 데려다 길러 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천만다행입니다. 선 황후의 딸로 기록되는 것은 제게 너무 과분합니다. 현주 언니가 못마땅해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 말에 허광의 얼굴색은 곧바로 어두워졌다.
그는 고명월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나를 보는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명월이 간신히 초원에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더 괴롭히려는 겁니까!"
"이 몇 년 동안 공주님께서는 궁성에서 무슨 날들을 보내셨고, 명월은 초원에서 무슨 날들을 보냈는지 아십니까?"
"명월은 대주를 위해 외적과 화친하러 갔다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조차 잃었습니다! 적출 공주의 자리는 공주님께서 명월에게 진 빚입니다!"
현주가 무슨 날들을 보냈는지, 아까 금군이 말해 주었다.
사 년 전, 외적이 변방을 침범하여 공주를 화친으로 보내야 했다.
국사가 목숨을 걸고 막았기에 황제가 현주를 보내지 않았지만, 그 대신 현주는 냉궁에 갇혔다.
그들은 고명월이 고생하고 있으니, 현주는 편히 지낼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굶주림에 열 손가락의 손톱을 모두 뜯어 삼켰고, 상한 밥이라도 좀 얻기 위해 포졸들에게 머리까지 조아리며 개처럼 굴어야 했다.
궁중에서 급이 가장 낮은 궁녀보다도 못한 삶을 살았다.
겨우 내가 정해 준 혼인 날짜를 기다려, 그녀는 허광과 나름 달콤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현주가 아이를 낳자마자, 고명월은 초원에서 돌아왔다.
고명월의 눈물 몇 방울에, 허광은 현주가 목숨을 걸고 낳은 쌍둥이를 그녀에게 안겨 주었다.
그리하여 현주는 하루 만에 두 아이를 잃었다.
마지막엔 뱃속의 아이마저 지키지 못했다.
내 딸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말이 없자, 허광은 계속했다.
"지금 명월에게 사과하고 당장 궁에서 나가면, 부부 정을 생각해 이번 한 번은 용서해 드리지요."
"그렇지 않으면, 폐하께 상주하여 공주 자리를 빼앗고 서인으로 강등시키겠습니다."
그가 몸을 살짝 숙여 내 귀에 속삭였다.
"그렇게 되면, 황릉에 있는 네 어미도 보러 갈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과연 곁에 있는 사람이라, 현주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웠다.
나는 평온하게 단검을 그의 가슴에 꽂으며 조용히 말했다.
"현주는 이제 나를 보러 올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내가 황릉에 그 아이를 보러 갈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너희들을 먼저 현주한테 보내야겠다."
제4화
모두의 비명 속에서 단검은 허광의 가슴을 뚫었다.
아쉽게도 금군이 너무 빨리 달려드는 바람에 한 방에 죽이지 못하고, 그는 깊이 찔려 정신을 잃었다.
허광을 마저 처리하려는 찰나, 무예에 능한 두 금군이 달려들어 내 양팔을 뒤로 꺾어 잡았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단검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순식간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황제가 노한 얼굴로 말했다.
"현주, 내가 너를 너무 대범하게 대해 준 것이냐! 누가 감히 내 앞에서 칼부림하게 하였느냐?"
마침, 태자도 그 머리가 진짜임을 알아챘다.
흐느끼는 고명월을 어르고 나서, 그는 정중하게 황제에게 아뢰었다.
"아바마마, 현주는 더 이상 두실 수 없습니다! 오늘은 금군장을 죽이고 부마에게 칼을 겨누었으니, 내일은 어찌 아바마마께 손을 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태자는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흘낏 보며 가볍게 덧붙였다.
"허광더러 휴서를 쓰게 하여 현주를 내쫓게 합시다."
나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의 좋은 부군, 좋은 아들. 현주의 좋은 아바마마, 좋은 오라버니.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났다.
황제가 나한테 왜 웃냐고 물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현주의 말투로 물었다.
"저를 이렇게 대하시면, 어마마마께서 저세상에서 편히 계실 수 있겠습니까?"
황제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명월에 비하면 어디 하나 나은 데가 없다. 내가 너를 폐하는 것도 천하를 위한 일이다. 네 어마마마도 내 어려움을 헤아리실 것이다."
어려움?
그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다는 말인가.
태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어마마마를 부르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명월이 너를 대신해 화친하러 갔으니, 네가 그아이에게 진 빚은 평생 갚아도 모자란다! 게다가 그아이의 사촌 오라비를 죽였으니, 목숨을 살려 준 것만도 남매의 정을 생각한 것이다."
그때 고명월이 태자의 손을 놓고 비틀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언니,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사죄할게요. 제가 살아 돌아오지 말고, 초원에서 죽어야 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울고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고명월이 내 귀에 가까이 대고 조용히 웃으며 속삭였다.
"언니는 정말 목숨이 질기시네요. 낳은 애를 다시 도로 넣었는데도 살아 있다니? 그런데 새끼는 숨이 끊어졌겠죠?"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나는 사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초원에 화친하러 간 적도 없어요. 다 거짓말이에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안에 피 냄새가 번졌다.
고명월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마치 내 고통을 즐기는 듯했다.
"이 정도로 벌써 못 견디겠어요?"
"언니의 쌍둥이 자식도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내가 연못에 빠뜨려 죽인 거라고 말하면, 언니는 미쳐버리겠네요?"
"아니면 또 어마마마를 불러 구해 달라고 할 건가요? 그만두세요. 어마마마는 이미 죽었으니, 죽은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요."
그녀는 비웃으며 말했다.
"설령 어마마마가 살아 계셔도 무슨 수가 있겠어요? 아바마마와 태자 오라버니, 허광 오라버니는 모두 저만 인정하시는데. 살아 돌아오셔도 어쩔 수 없이 저를 딸로 인정하셔야 할 거예요."
오직 그녀만 인정한다고?
살의가 극에 달했지만, 나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나도 비밀 하나 알려줄게. 바로... 내가 바로 네가 말한, 현주의 죽은 어마마마라는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섯 손가락을 쭉 펴 고명월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만 해라!"
"명월을 놓아라!"
모두의 격한 외침 속에서, 나는 단 한 손으로 고명월의 가냘프고 하얀 목을 조이며 크게 웃었다.
그때까지 용 좌에 앉아 있던 황제가 마침내 일어섰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나의 오른손에 난 비늘과 긴 손톱을 바라보았다.
"현주야, 너..."
나는 피 묻은 입술을 핥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폐하, 십 년 만에 뵙는데 저를 현주로 알아보시다니, 참으로 서운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