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장을 노린 가족은 내가 죽은 뒤에야 후회했다

GoodNovel 완결

동생이 신장암 말기라며 부모님은 내게 신장을 하나 떼어 주라고 했다. 나는 신장이 하나뿐이라, 그것마저 떼어 주면 죽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 말을 믿기는커녕 나를 그대로 수술대에 묶어 버렸다. “신장 하나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좀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지 마.” 부모님은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몰랐을 것이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나는 이미 신장 하나를 기증한 뒤라는 사실을.

챕터 (1)

第1章

동생이 신장암 말기라며 부모님은 내게 신장을 하나 떼어 주라고 했다. 나는 신장이 하나뿐이라, 그것마저 떼어 주면 죽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 말을 믿기는커녕 나를 그대로 수술대에 묶어 버렸다. “신장 하나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좀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지 마.” 부모님은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몰랐을 것이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나는 이미 신장 하나를 기증한 뒤라는 사실을. 제1화 나는 나를 낳아 준 부모님의 손에 의해 죽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수술실 문밖에 와 있었다. 부모님은 안절부절못하며 이리저리 서성거렸고, 몇 번이고 다급하게 고개를 들어 ‘수술 중’이라는 표시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수술실 문이 열리는 순간, 두 사람이 황급히 달려들었다. “선생님, 우리 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안심하세요. 수술은 제때 이루어졌고, 공여자 신장에도 별다른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환자의 상태는 양호해요.” 의사의 낯선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부모님이 기다리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걱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나는 언제나 버려지는 쪽이었다. 병상에 누운 서도윤이 천천히 안에서 나오자, 부모님은 서둘러 서도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들, 몸은 좀 어떠니?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서도윤은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훨씬 나아졌어요. 그런데 형은 어떻게 됐어요? 여기서 저만 붙잡고 계시지 말고 형도 좀 보고 오세요. 안 그러면 또 서운해할 거예요...” 내 얘기가 나오는 순간, 방금까지 벅차 있던 부모님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두 사람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형 얘기는 왜 꺼내? 고작 신장 하나일 뿐인데 그것도 안 내놓겠다고 버티더라. 네가 친동생인데도 말이야!” “네 상태가 이렇게 위급한데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거짓말로 우리를 속였어!” “우리가 어쩌다 저런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을 낳았는지! 오늘부터 그런 아들은 없는 셈 칠 거야!” 두 사람은 마치 내가 신장을 기꺼이 바치지 않은 것이 무슨 큰 죄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화를 냈다. 그 피도 눈물도 없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이미 멎어 버린 내 심장이지만 그 순간 칼로 도려내지는 것처럼 아팠다. 이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이 집을 위해 어떤 일을 하든, 부모님의 눈에는 모두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불효막심하고 배은망덕한 짐승 취급을 당했을 것이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입술을 몇 번 달싹거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서도윤은 역시나 살짝 웃더니, 곧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꾸며 말했다. “그럼 형을 수술대에 묶은 것 때문에 두 분을 원망하지는 않을까요?” 어머니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걔가 감히 그럴 수 있겠니? 나랑 네 아버지가 먹여 주고 입혀 줬는데, 신장 하나 가지고 뭘 어쩌겠다는 거야?” 어머니는 독한 마음과 나를 혐오하는 마음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말했다. 곧 난 서도윤이 수술받기 한 시간 전을 회상했다. 원래 나를 데리고 동생의 문병을 가겠다던 부모님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표정을 바꾸더니 아주 쉬운 일처럼 말했다. “당장 수술 준비해. 네 동생한테 신장 이식 수술해 줘야 하니까! 너희 둘이 적합 판정이 나왔어!” 그 말이 내 부모님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 요구를 거절했다. “싫어요! 저는 신장이 하나뿐이에요. 수술하면 저는 죽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내 뒤에서 단번에 나를 때려서 기절시키고는, 밧줄로 나를 수술대에 묶어 버렸다.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나는 아버지의 냉랭한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신장 하나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좀 이기적으로 굴지 마.” “네 친동생이야. 핏줄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어?” “네가 거절할 줄 진작에 알고 있었어. 미리 준비해 둬서 망정이지! 너는 정말 이기적이야! 그동안 너를 헛키웠어!” 나는 정말 묻고 싶었다. ‘동생이 부모님의 자식이면 나는 자식이 아닌 건가?’ ‘핏줄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 왜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거지?’ 그러나 눈꺼풀이 너무나 무거웠다. 곧 나는 힘없이 팔을 늘어뜨린 채, 저 사람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이미 여기저기를 떠도는 영혼이 되어 있었다. 제2화 “아파...” 병실의 서도윤이 갑자기 괴로운 듯 몸을 뒤척였다. 그 작은 몸짓 하나에 의자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곧바로 긴장해서 일어섰다. “왜 그러니 도윤아? 어디가 불편해?” 그러나 서도윤이 고개를 저으며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도 형 좀 보고 오세요. 형은 늘 두 분이 자기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잖아요...” 죽을 고비가 넘긴 아이가 입만 열면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더욱 못마땅해했다. 특히 아버지는 다가가 물을 한 잔 따라 주며 말했다. “도윤아, 네가 너무 철이 들어서 그래. 그러니까 네 형이 갈수록 기어오르고, 너만 계속 서러운 일을 당하는 거야.” 어머니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러게 말이다. 나랑 네 아버지가 아직 살아 있으니 이렇지, 우리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나면 너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어머니는 말을 마치고 안쓰러운 듯 눈물을 흘렸다. 서도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애초에 부모님이 나를 미워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지만, 억지로 참으면서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형한테 화내지 마세요. 다 제가 몸이 좋지 못해서 형이 저를 이렇게 싫어하는 거예요...” 속이 뻔히 보이는 연기를 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서, 공중에 떠 있는 나는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 살아 있을 때 몇 번이고 나를 도발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근데 내가 죽고 나서까지 내 명예를 더럽히고 있었다. ‘내가 언제 저를 싫어했다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사사건건 나를 모함했어도, 나는 형 된 도리를 지키며 한 번도 박대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나도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부모님이 나를 믿어 주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입을 다무는 법을 배웠다. 부모님은 아들이 또 자책하기 시작하자 서둘러 달래기 시작했다. “도윤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니? 네 몸이 안 좋으니 우리가 너를 더 챙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네 형은 마음이 너무 뒤틀려서 그래.” “나랑 네 아버지가 미리 준비해 두지 않았으면, 그 신장은 절대 너한테 안 줬을 거야. 친형제한테도 이러는데, 우리한테 효도하기를 바라겠니?” 그 말들을 들으며 내 마음속은 온통 차가운 바람만 쌩쌩 불었다. 두 사람의 생활에서 크고 작은 일은 전부 내가 도맡아 왔다. 나는 스스로 어마어마한 공은 없어도 고생은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모는 나를 불효막심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동안 살면서 광대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이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던 바로 그때,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내 여자친구 유하경이었다. 우리가 몇 년 동안 만나는 동안, 우리 집에서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전부 지켜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유하경은 내 부모님에게 극도로 불만이 많았고, 이로 인해 전화로 여러 번 크게 다투기도 했다. 유하경은 두말없이 병상의 서도윤을 붙잡고 악을 쓰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아! 더 적합한 신장이 있었는데 왜 굳이 도현이 신장을 쓴 거야! 네가 죽인 거야! 넌 살인자야! 이 개새끼야!” 갑자기 병실로 들어와 발악하는 유하경을 보자, 부모님은 한동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유하경이 화를 다 쏟아 내고 나서야 두 사람은 허둥지둥 유하경과 서도윤을 떼어 놓았다. 곧 어머니가 손을 뻗어 유하경을 때리려 했다. “이 여우 같은 년이 죽었네 살았네 무슨 같잖은 소리를 하고 있어! 도현이는 멀쩡히 잘 있잖아!” “설령 정말 죽었대도 남 탓할 거 없어. 평소에 잘 먹고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몸이 부실했던 탓이지! 신장 하나 뗀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유난을 떨어!” 유하경은 분해서 온몸을 떨었다. 유하경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어머니의 손을 꽉 붙잡고 모질게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할게요. 당신들 아들 서도현은 수술대에서 죽었어요. 당신들이 기어이 동생에게 신장을 기증하게 했기 때문에 죽었다고요!” 그런데 부모님은 유하경의 말을 아예 귀담아듣지도 않고 화를 냈다. “내가 보기엔 네가 진짜로 걔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네! 도윤이 방금 수술 끝난 거 안 보여? 여기 와서 무슨 소란이야?” “너희 둘은 정말 천생연분이야. 어쩜 그렇게 둘 다 이기적이고 남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니! 입은 또 얼마나 험한지! 나 원...” 유하경은 두 사람의 비아냥을 들으며 분을 못 이겨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세 사람이 한데 어울려 화목한 꼴을 보자, 유하경은 차갑게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들이 서도현의 생명을 밟고 행복하게 살겠다면, 저 또한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요!” 말을 마친 유하경은 문을 거세게 닫고 나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 뒷모습에 대고 침을 뱉었다. “퉤, 재수 없는 년.” 나는 공중에서 내 여자친구가 억울하게 당하는 모습을 뻔히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끊임없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제3화 부모님이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할 정도로 정성껏 돌본 덕에, 애초에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었던 서도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원했다. 퇴원하던 날 부모님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리저리 부산을 떨며 모자를 씌우고 옷을 입히면서, 조금이라도 준비가 소홀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두 사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뒤, 난 잠시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때 부모님은 형이니까 동생을 도와야 한다면서, 서도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내가 저축한 통장을 전부 털어서 이 집을 사서 동생에게 주라고 몰아세웠다.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이고 이후의 주택담보 대출까지 전부 내 몫이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 말에 동의했다. 집은 내가 샀지만, 내가 이곳에 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이 집 열쇠조차 내게는 없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값싼 월세방에 살았고, 그 때문에 유하경과의 결혼도 줄곧 미루고 있었다. 나는 내 피땀으로 번 돈으로 산 소파에 저들이 태평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심지어 돈을 낸 사람인 나를 그 누구도 떠올리지 않았다. 탁자에 놓인 체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과일 가게를 지나면서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던 비싼 과일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늘 마치 먹어 온 것처럼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한순간 나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 사람들이 정말로 내게 돈이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집으로 부쳐 달라던 그 부모님이 맞나 싶었다. 밖에서는 돈을 적게 쓰라고 당부해 놓고, 돌아서서는 내 돈으로 내가 상상만 하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 마음은 이미 완전히 식어서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서도윤이 어머니가 입가로 가져다주는 과일을 받아먹으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형은 언제 퇴원해요? 그때 집에 와서 행패 부리는 거 아니에요? 이웃들이 보기 흉할까 봐 걱정되네요.” 옷을 개고 있던 아버지는 그 말을 듣자, 주머니에 든 물건을 거칠게 꺼내서 탁자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놈이 무슨 낯짝으로 와서 행패를 부려?” “네가 수술대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만들어 놓았잖아. 그거에 대해 우리가 책임을 안 묻는 것만 해도 봐주는 건데 걔가 화를 낼 염치가 있어?” “도윤아, 걱정하지 마. 그놈이 돌아오면 무릎 꿇고 너한테 사과하게 만들 테니까!” “날마다 꾀병이나 부리면서 동정이나 사려고 하고, 무슨 병이 그렇게 많아!” 두 사람이 나를 이렇게 몰아세우는 것을 듣고 있자니, 나는 좀 우습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꾀병이나 부린다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가족들을 좀 더 잘 살게 만들어 주려고, 나는 제시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었다. 날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가,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까지 얻은 것도 전부 저 세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국 좋은 소리 한 번 듣지 못하고 온갖 원망만 듣게 된 것이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기가 차서 도리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사람들 눈에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나를 몇 마디 더 원망하고 나서야, 곧 식사가 차려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푸짐한 밥상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내내 공허했다. 내가 있을 때는 집안일을 전부 나 혼자 도맡았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었고 동생은 요리를 못 하니, 집안일은 당연하다는 듯 형인 내게 맡겨졌다. 그런데 부모님은 요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게 해 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서도윤이 막 자리에 앉자 부모님은 기다렸다는 듯, 서도윤의 그릇에 미친 듯이 반찬을 집어 주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방금까지 텅 비어 있던 그릇에는 작은 산처럼 밥과 반찬이 높이 쌓여 있었다. 부모님은 그것도 부족하다는 듯 연신 당부했다. “도윤아, 많이 먹어. 너 큰 병 나은 지 얼마 안 됐잖아. 지금이야말로 영양을 보충해야 할 때야!” 서도윤의 얼굴에는 온통 미안한 기색이었지만, 밥과 반찬을 끊임없이 흡입하고 있었다. 이윽고 서도윤이 망설이듯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비싼 걸 사서 만들어 주시는데, 두 분 수중에도 돈이 별로 없잖아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서도윤의 눈에 약삭빠른 기색이 스쳤다. 이나는 저 애가 또 부모님 수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노리고 있다고 짐작했다. 역시나 아버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들, 마음 놓고 실컷 먹어. 정 안 되면 네 형한테 야근 좀 더 하라고 하면 되지,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게다가 네 형이 전에 우리한테 결혼 자금이라고 천만 원 넘게 맡겨 뒀어. 나중에 그 돈도 전부 너 쓰라고 줄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는 거센 파문이 일었다. 나는 부모님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마지막 저축까지 놔두지 않다니! 내 몸의 피를 전부 빨아야 만족하겠다는 건가?’ 서도윤은 천만 원 넘게 더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아부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요즘 수중에 돈이 좀 빠듯한데, 그 돈 먼저 좀 쓰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니는 그 말을 듣자마자 두말없이 휴대폰을 꺼내서 내게 전화를 걸며 말했다. “도윤아, 그게 무슨 말이니! 네 형 돈은 곧 네 돈 아니겠니? 필요하면 내가 지금 당장 형한테 은행 카드하고 통장 가져오라고 할게. 안 갚아도 상관없어!”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죽은 지 며칠이나 지난 뒤였기에 당연히 전화가 연결될 리 없었다. 몇 번이고 연달아 전화를 걸었지만 전부 받지 않자, 어머니의 안색이 변하더니 전화기에 대고 모질게 욕을 퍼부었다. “이 배은망덕한 놈! 이제 전화까지 안 받아? 신장 하나일 뿐인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부모가 길러 준 은혜가 하늘보다 큰 줄도 모르고!” 내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자, 어머니는 연락처를 몇 번 뒤적이다가 유하경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어머니는 곧바로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보세요! 이 계집애야! 도현이 네 집에 숨어 있는 거 아니야? 걔한테 전해. 계속 전화도 안 받으면 나랑 아버지는 그런 아들 없는 셈 칠 거라고!” 제4화 유하경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참을 수 없다는 듯 분노를 터뜨렸다. [정말 끝도 없네요! 도현이 죽었다고 말했잖아요. 죽었다고요, 못 알아들으세요?] 그 말을 듣자 똑같이 성이 나 있던 부모님은 순간 어쩔 줄을 몰랐다. 유하경의 말투가 너무나 진지해서 농담하는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내 전화가 계속 연결되지 않는 것도 절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서로의 눈에서 당황한 기색을 읽었지만 그래도 태연한 척 말했다. “얘가! 너희끼리 싸우고 사이가 틀어졌다고 죽으라고 저주하면 되니! 도현이 어디 있어? 당장 돌아오라고 해!” “신장 이식 때문에 우리가 화낼까 봐 그러는 거잖아. 그럼 걔한테 전해. 지금 얌전히 돈 들고 돌아오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해 준다고!” 부모님의 말이 갈수록 염치가 없자, 유하경은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 나는 곁에서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두 사람이 나를 사랑하기는 할 거라고 여겼다. 나는 저 두 사람의 아이이니까. 그런데 바로 이 순간, 나는 모든 것들을 아주 명확하게 알아차렸다. 부모님은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 어쩌면 부모님이 사랑한 것은 줄곧 내가 대주던 돈과 지원이었을 거라는 사실을. 눈물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도윤은 전화 너머 유하경의 목소리를 듣자, 황급히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경 누나,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이런 병에 걸려서 형한테 짐이 됐어요. 그러니 저희 부모님은 탓하지 마세요...” 그 말에 곧장 화가 치민 유하경은 이를 악물고 모질게 말했다. [정말 대단한 집안이네. 도현이 살아 있을 때는 죽어라 쥐어짜더니, 이제 죽고 나서도 놔주지를 않는 걸 보면 진짜 거머리 같아!] 부모님은 유하경이 자기들을 거머리라고 욕하는 것을 듣자마자, 부끄러움에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건 우리 집안의 일이야! 너 같은 남한테 할 말 없어! 걔 바꿔! 빨리!” “숨는다고 우리가 찾을 방법이 없을 줄 알아? 우리는 걔 가족이야. 평생 우리한테서 벗어날 생각 말라고!” 전혀 말이 통하지 않자 유하경은 체념했는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숨 막힐 듯한 정적에 세 사람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방금까지 우리를 산 채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사람이 왜 갑자기 말이 없어졌을까?’ 그러나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유하경은 이 파렴치한 가족에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유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죽은 탓에 하룻밤 사이 십 년은 족히 늙어 버린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나는 안쓰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속으로는 이런 가족 때문에 유하경까지 고생하게 만들었다고 끊임없이 자책했다. 한참 뒤, 유하경은 미간을 문지르며 지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이런 일로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요. 주치의 선생님 번호 가지고 계시죠? 전화 한 통 걸어 보면 다 밝혀질 텐데요.] 말을 마친 유하경은 이 가족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이 미련 없이 전화를 뚝 끊었다.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가 방 안에 유난히 또렷하게 울렸다. 이때 어머니가 망설이듯 물었다. “아니면... 전화 한 통 걸어 볼까?” 아버지는 분한 듯 코웃음을 쳤다. “걸면 거는 거지! 누가 겁먹을 줄 알고!” “나는 처음엔 그래도 거짓말이 들통나면 걔 체면이 안 설까 봐 걱정했는데, 저렇게까지 우릴 몰아세울 줄은 몰랐지. 그럼 더 봐줄 것도 없어!” 말을 마친 아버지는 재빨리 의사의 번호를 찾아 걸어서 물었다. “안녕하세요, 전에 병원에 있던 서도현이라는 환자가 어떻게 됐는지 좀 여쭤보려고요. 언제 퇴원했나요?” 말을 마치고는 의기양양하게 어머니를 한 번 쳐다보았다. 곧 내 거짓말을 들춰낼 걸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의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서도현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듯했다. 이윽고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 [서도현 씨요? 그 환자는 수술 당일에 신장을 적출한 뒤 그 자리에서 사망했는데요? 전화하신 분은 그 환자와 어떤 관계시죠? 시신은 유족이 진작에 모셔 가지 않았나요?] 뒤의 말은 더 이상 두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지금 부모님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한마디만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그 순간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던 유리컵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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